재직기간 2023년 05월 15일 - 2024년 06월 11일
나는 모든 결과는 운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인데, 나는 운이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운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애썼지만, 바라는 이상에 비하면 정말 티끌 같은 노력에도 매번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좋은 게 아니고 나쁘지 않았다...)
작곡가 커리어를 포기하고, 개발자로서 첫 시작을 하게 된 이 회사 역시 운이 좋아 들어올 수 있었다.
성과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하고 논할 수 있는 대표님, 업무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열정적이며 그것을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더불어 문제 해결에 대한 능력과 경험, 책임감이 있고 팔로워들을 위해 변화할 수 있는 리더와 커리어와 업무에 대해 조언을 주는 멘토분들도 계셨다. 하나부터 열까지 동료들로부터 배울 것들이 즐비했다.
또한, 스타트업이라는 환경과 회사에 주어진 프로젝트가 많아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은 시니어가 존재하는 20명 규모의 회사지만, 내가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백엔드 신입 개발자 3명으로 구성되어 전전긍긍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1주일 만에 써본 적도 없는 언어로 서버 개발을 시작하고, 한 달도 안 되어 혼자서 서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중국의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온갖 억까를 마주하며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버텨가며 큰 문제 없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했다.
그 외에도 야근을 자청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덕분에 같이 일하고 싶었던 동료분들과 함께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퇴사 시점 기준, 사내에서 유일하게 거의 모든 멤버와 일해본 사람이라고..)
반년 만에 진행된 연봉 인상, 퇴사 의사와 함께 역으로 제안받은 드라마틱한 연봉 테이블은 내가 이 회사에 기여한 게 없지 않았구나, 열심히 했구나 뿌듯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나는 정말 큰 불만이 없이 회사를 다녔다.
대표님도 불만이 없는데 이직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하시고, 다른 동료분들 또한 나를 보면서 의아해하시지만, 회사에서는 재미있게, 정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고 싶어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계를 넘지 못하고 힘들어서 펑펑 울 수도 있고, 매일매일 도망치고 싶을 수 있지만,
이왕 직무를 변경하여 이 바닥에 발을 들였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
(사실 겁이 더 난다. 살려주세여.)
아무튼!
좋았던 일 년이었다.
고생했고, 더 고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