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돌아보기
벌써 2024년이 며칠 남지 않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차가운 한강이 보이던 잠실철교를 지나 광진구로 넘어가던 겨울을 보냈었는데, 지금은 눈 쌓인 빌딩 숲을 지나 영등포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 2023년 5월, 개발자로 시작했던 첫 회사를 떠나 2024년 6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지난 퇴사 회고에서도 남겼듯 많은 것을 배웠던 회사였지만, 돌아보면서 너무 서투르게 작업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더 경험이 많았다면, 나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더 좋은 영향과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서 잘했던 것, 못했던 것 그리고 앞으로 잘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보려 한다.
2년 차 주니어 개발자로서,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고 싶다.
이직하게 된 계기
사실 지난 회사를 이렇게 빠르게 떠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1년밖에 재직하지 않았지만, 회사로부터 약 40%의 연봉 인상 제안을 받으며 인정 받고 있었다.
2년 차가 되면 코테와 영어를 준비하며 이직 준비를 하고, 3년 차 때 이직하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계획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이직하게 되었다.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회사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물론 지난 회사에 계셨던 분들도 너무 좋고 배울 점들이 많았지만, 이직할 회사에서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사람, 멘토로서 기술과 인성 모두 배울 점들이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로 이직 후에 직무뿐 아니라 삶에 대한 질문도 받아보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질문은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와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서 회사가 도울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였다.
실제로 다른 동료분은 근무시간 조정 등을 통해 일상을 조금 더 지키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개발 역량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다.
이전 직장에서 내가 인정받은 부분은 개발 능력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능력, 책임감과 태도였다.
개발자의 성과를 논할 때, 개발 능력이 우선순위에서 맨 마지막으로 빠지는 회사에서는 개발자로서의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이전 회사의 대표님과 커피챗을 진행할 때, 대표님은 내게 "개발을 잘하는 것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 말씀에 굉장히 공감한다. 협업하는 직무에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개발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물론 개발자로서의 능력을 평가했다면 나는 진작에 잘렸을 테니 매우 배부른 소리지만 그럼에도 나는 개발 능력으로 평가받고 싶었고, 개발자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싶었다.
현재 나의 강점
다행스럽게도 어느 곳을 가든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인정받고 있다. 현재 회사에서도 대표님을 비롯하여 업무 담당자분들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능력은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다시 정리해서 상대방에게 확인을 받기 시작했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서술하여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습관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라며 문제의 원인이 나의 탓이 되어버린 여러 상황을 경험하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대화가 끝나면 전체적인 맥락을 요약하여 공유하고 내가 취해야 할 액션을 검토받았다. 추후에 해당 액션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없도록 담당자에게 확인을 받았다.
개발자로서 일하기 이전에,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1인 사업자로서 겪은 경험치 또한 큰 자산이 되어주었다.
작곡가 생활을 하면서 크게 느꼈던 것은, 고객 또는 담당자가 있는 경우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들이 바라는 방향성을 공감하고 공유할 만큼 유대가 쌓이지 않았다면 대부분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틀린 경우가 많았다.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일이 진행되는 단계마다 담당자에게 검토를 받고 일정을 계속 확인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진행할 경우 좋은 점은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작업이 딜레이되더라도 모두가 현재 단계를 알고 있으므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았다. 서프라이즈가 없으므로 담당자에게 큰 안정감을 줄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마감 날짜를 준수할 수 있었다.
한 가지로 요약하자면, 결국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가는 능력으로 인하여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약점은...
현재 나의 약점
아쉽게도, 나는 개발자로서의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개발자인데 개발 역량이 떨어진다니 꽤 크리티컬한 문제이다.
얼마 전 만난 전 직장 동료분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그중 한 분이 돌고 돌아 지난 나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프로젝트 코드를 열어보며 고생하셨는지, 내게 욕을 한 번 해도 되냐고 부탁했다.
욕을 한 번 먹고 사과와 함께 응원의 한마디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 자신도 그 코드가 얼마나 처참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염치없이 당당할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요구사항을 구현하기 급급할 뿐 코드의 품질을 고려하지 못했다.
코드 품질과 아키텍처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코드 작성에 대한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 회사에서 정말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코드는 왜 사용하신 건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 코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를 모르니 새로운 외부 의존성이 추가되어 코드를 구성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이때마다 당황하게 되는데, 정식 문서가 아니라 블로그나 AI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해당 라이브러리가 의도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돌아가는 코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관점의 전환이 부족하다. 문제를 바라볼 때 3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와 나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의 차이가 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 어느 순간 A와 B를 비교하여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려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관심을 살짝만 넓히면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반대 선택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보니 시야가 좁아졌다.
최근 전 직장 분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예전에 발생했던 일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기에, 해당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서류를 분석하기 위해, AI 사용을 권장하는 개발자 입장과 하드코딩으로 모든 서류의 경우의 수를 모두 찾아 개발해야 한다는 회사 측의 갈등이 있었다.
개발자들은 회사마다 다른 양식의 서류, 빠르게 변형되는 서류 양식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사 측은 AI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과 의존성으로 인한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하드코딩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고민을 현재 대표님께 여쭈었는데, 답변은 심플했다.
"둘 다 하면 되잖아요?" 였다. 왜 Yes or No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을까.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앞으로 해야 할 것
먼저 문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공부하고 취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가 익숙하고 필요한 것만 정리한 블로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서를 읽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마감에 쫓겨 문서를 기피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정석적인 문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석이나 PR 메세지에 관련 문서를 첨부하면서 문서를 읽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다.
AI에게 물어보더라도 출처를 함께 물어보고, 출처를 찾을 수 없다면 검색하고, 코드를 직접 파고들면서 근거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코드는 작동하더라도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 프레임워크와 관련된 문서만 읽고 적용하는 것을 도전하고 있다.
더불어 문서를 읽기 위해 함께 병행해야 하는 공부가 있는데, 바로 영어다.
대부분의 문서가 영어로 되어있다 보니, 영문이 가득한 페이지를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닫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문서를 보고 있는데, 번역기가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문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영어를 읽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는데, 번역기를 바로 사용하는 것보다 단어 하나하나를 검색하고 문맥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관점을 넓히기 위해 독서량을 더 늘리려 한다. 정확히는 기술 서적을 비롯한 업무 관련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찾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작가가 생각하는 것을 비교하며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나와 작가뿐 아니라, 같은 글을 읽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액션을 위해 새로운 스터디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마다 기술 서적을 읽고 발표를 진행하면서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2025년
2024년도 그랬듯, 2025년도 정신없이 흘러갈 것 같다.
어느새 뒤돌아보면 2025년이 지나서 2026년이 되어있을 것만 같다.
올해에 들어서 글또라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멋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고 나서,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만큼 열심히 살 수 없기 때문에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내가 되고 싶다.
주니어로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주니어로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아직은 걱정이 더 많다.
짧게는 현재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범위를 넓히고, 길게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받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태스크가 떨어졌을 때, 두려움으로 가슴이 쿵쿵 떨리는 것이 아닌,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그래도 올 한 해도 고생했고, 내년에는 더 후회 없이 살아보자.
늘 감사하고 겸손하자.
함께 하는 동료에게 늘 상냥하자.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새로운 일에 대해 방어적이지 말자.
경험하고 판단하자.
행복해지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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